2009년 11월 02일
국립은 국가의 봉인가? : 인천공항, 서울대, 교대

낄 자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교수님.
2009년, 전직 대통령이 두 사람이나 서거하고 다사다난한 한 해도 저물어가는데 그 다사다난이 도무지 그치지를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설’은 꽤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친척 또는 인척이 관계가 되어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소문을 들은 사람들에게 우려를 안겼는데 기어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시장조사를 거쳐서 지분을 매각할 대상을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가 어찌 나올지를 두고보면 대통령 친인척 관련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명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떠나서 일단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면서 건설한 국제공항을 몇 년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매각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헐값 매각이라는 의혹이 벌써 제기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급하게 인천국제공항을 매각하는 이유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동아일보] “정부, 인천공항지분 헐값매각 추진 의혹”
[오마이뉴스] 인천공항 가치가 3조 5000억원밖에 안 된다고?
그런데 당장 더 피부에 다가오는 것은 서울대학교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설이다. 이 설은 다양한데, 몇주 전부터 공과대학을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아예 서울대학교 전체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중앙언론의 논설로 등장했다. 세종시 문제와 맞물려 아주 대단히 논쟁이 될 만한 주제인데, 정작 학내에서 이에 대한 공론은커녕 여론이나 제대로 형성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제서야 스누라이프(SNULife)에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세종시를 애초의 ‘행정도시’가 아닌 ‘과학도시’로 발전시킬 새로운 계획이 대두되면서 나타난 흐름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서울대학교 전체 또는 일부 이전까지 포함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하간 계속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하게 다가온다.
국립대학교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서울대 산하 연구소를 과학도시에 유치한다는 것은 생각할 만한 일이지만, 학교 자체를 옮기는 것은 서울대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만약에라도 서울대 전체의 세종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면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은 학술의 발전 측면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현재 한국의 학술중심지는 서울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자연과학과 공학의 경우 대전에도 상당한 기초구조(infra-structure)가 구축되었다지만 대체로 학술의 중심은 서울이고, 국제도시로서 세계와의 학술소통에도 유리한 곳은 서울이다. 이곳을 버리고 기초구조가 부족한 지방에 아무리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내려간다고 해도 과연 새로운 학술중심을 만들 수 있을지, 그 점에 대해서는 회의하게 된다. 기초학문의 역량이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한국 학술계의 상황을 보건대 여러 대학간의 학술적 소통이 부재한다면 결국 이는 서울대의 가치조차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을 이전하고자 한다면 소위 ‘명문’으로 꼽히는 사립대학까지 유치해야 세종시를 ‘대학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세종시, 정치신뢰 이전에 국가이익 걸린 대사”
[한국일보] “일부 기업, 대학 세종시 이전 의향”
[동아일보] ‘과학비즈니스벨트+α’ 세종시 대안으로 떠오르나
[동아일보]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라
또 다른 국립기관, 교육대학교들도 최근 상당한 폭풍을 맞이했다. 교원 정원이 급감하고 교육예산이 삭감되어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에 각 교대들은 동맹휴학-학사거부 총투표를 통해 거리에 나섰고, 주요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시위를 전개했다. 이러한 교대생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점차 교원 정원은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 정원과 교육예산을 줄일 때에는 그에 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라도 해주고, 교대생의 시위가 그렇게 전개되었다면 그에 대해 좀 부족하더라도 반응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의 상황이 그래서 그런지, “내버려두면 조용해지겠지” 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과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일인가?
정부-여당은 집권 초반부터 ‘선진화’를 내세우며 공(公) 부문에서의 대대적 감축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러한 감축에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채 공 부문이 지금의 상황과 같이 축소되거나 압박을 받고 있다. 국가가 만들면 국가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제는 정말 기대가 손톱만큼도 남아있지 않지만 정부가 갖는 권력은 어디까지나 국민에 의해 부여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기 바란다. 국민은 정부가 마음대로 하라고 국가권력을 부여하고, 그것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이라는 공리주의의 기본조차 무시하고 소수를 위한 정치를 한다면 대체 그 국가는 얼마나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여당의 작금과 같은 자세에 재고를 강력히 요구한다.
# by | 2009/11/02 21:46 | 시론時論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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